32개월 남자아기 배변훈련 원정기...

우리 부부는 32개월 남자아기를 키우고 있다. 소중한 우리아기. 기저귀 떼는 건 강요하거나 야단치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성격에도 영향을 주고 더 힘들어진다는 말을 아기를 낳기 전부터 들어서 나는 한 세돌 지나면 슬슬 떼는 건줄 알았다. 애기마다 다르기는 한데, 기관에 다니는 아가들은 생각보다 빨리 떼기도 하는 것 같다. 보통 두돌 전후로 시도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아가가 몇 번 신호를 준 적이 있는데(변기에 관심가짐), 시어머니가 해보자고 하셨지만 나는 신호인줄도 모르고 아유 괜찮다 천천히 떼도 된다고 하다가 우리아가보다 어린 친구들이 먼저 기저귀를 떼는 걸 보고 헉! 놀라서 슬슬 해야겠다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쉽게 뗀 것 같다.

 

1. 변기거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아기는 신호를 몇 번 줬는데도 내가 눈치를 못챘다가 갑자기 내가 먼저 변기로 유도하자니 정말 힘들었다. 아기용 변기커버는 애진작에 샀지만 방치되어있었는데 내가 주도적으로 배변훈련을 하자니 아가가 싫댄다. 앉으면 응가 힘을 못주고 쉬야도 안나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팬티만 입혀도 울었다. 왜 니맘대로 팬티를 입히냐는 식으로 항의의 울음을 터트렸다. 담임선생님이 아기는 태어나서부터 쭉 기저귀를 해왔으니까 기저귀를 갑자기 떼려고 하면 아기가 많이 불안해한다고 한다. 우리아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서 그런거라고 그래도 본인이 마음을 먹으면 바로 뗄거라고 하셨다. 

2. 포기하고 싶어질 때 쯤

그러다 어린이집에서 같은반 친구들이 배변훈련에 이미 익숙해져서 변기에 잘 하니까 점점 관심을 보였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이게 한 1-2주일 지나서? 3주차쯤 그렇게 된 것 같다. 실수를 해도 좋으니까 팬티, 바지를 5개씩 보냈던 것 같다. 다 젖어서 모자라서 어린이집 바지도 입고온 적도 있다. 짧은 시간인데도 나는 막 1주가 1달같았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절대 후퇴는 없다고, 여기서 후퇴하시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이끌어주셨다. 팬티를 거부안하는 게 생각보다 큰 것 같다. 

 

3. 주말공략하기

우리는 맞벌이이면서 특히 주양육자인 나는 탄력근무긴 하지만 늦게 아이를 데려다주고 늦게퇴근하는 편이라 평일에는 놀아줄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배변훈련도 주말에 신경을 많이 썼다. 평일에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배변훈련을 도와주시긴 했지만 주말에 진짜 내가 집중해서 했다. 그냥 마려운 티가 안나도 계속 우리 화장실갈래? 변기에 쉬야해볼까? 엄마가 선물사줄게! 엄청 꼬드겼다. 우리애기 잘 안넘어오는 편이라 진짜 힘들었다. 그렇게 한 2주 주말을 열심히 안마려워도 델고가서 한방울이라도 싸면 난리부르스 추고 좋아하는 비타민 젤리를 주고 선물도 사줬다. 3주차 주말쯤 갑자기 아기가 쉬야를 변기에 잘 누게 되었다. 심지어 그로부터 1주일넘게 잘 때 팬티를 입고자도 쉬야 실수를 하지 않았다. 진짜 기특했다. 

 

4. 응가는 시간이 좀 걸려요

아직도 변은 변기에 잘 눌 때도 있지만 일단 좀 참으려는 건지 변비도 좀 생기고 몇일 전에 한 번 실수도 했다.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이정도면 대체로 성공한 것 같아서 기저귀는 더이상 안사고 남은거 몇 개 빼고는 다 나눠주려고 한다. 여름쯤에는 쪽쪽이, 이제는 기저귀까지 떼니까 완전 어린이같아졌다. 아기티를 벗어서 좀 아쉽긴하다.

 

5. 그외의 팁

- 팬티에 익숙해져서 잘 때도 팬티를 입겠다고 하면 꼭 입혀줘야한다. 실수하더라도 팬티와 친해지는 게 큰 산 하나 넘는 느낌이다. 

- 포기하고 싶어도 절대 포기를 말아야한다. 

- 침대는 방수패드를 깔고 그냥 쉬야를 하던 뭘 하던 마음을 비우면 차라리 낫다.

- 팬티는 꼭 배변훈련 팬티가 아니어도 되긴 하지만, 밤에 잘 때는 새는 양이 많을 수 있으니까 잘 때는 배변훈련 팬티가 조금 좋긴 한 것같다.

- 남자아이인데 삼각팬티보다 사각팬티가 좋다고한다. 쿠팡에서 남자아이 사각팬티 싸고 질좋은거 많이판다.

- 차안이나 쇼핑몰같은데에서 남자아기랑 엄마랑 둘이 화장실 갈 때 36개월이 지나면 여자화장실에 데려가기 힘든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휴대용 소변통 하나 꼭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